제 32회

2018 인촌상 수상자

이정식
인문사회 이정식 펜실베이니아대 명예교수 이정식 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정치학과 교수(87)가 쓴 ‘한국 공산주의 운동사’ 한국어판이 1970년대 서울에서 번역 출판됐을 때 한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 근무하던 동명이인 교수는 이 책의 저자로 오인돼 경찰 조사까지 받았다. 이 교수는 “차이콥스키의 음악조차 러시아 작곡가라는 이유로 다방에서 틀지 못하게 했다는 말이 나오던 시대였다”며 “혼돈의 한국 정치사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 교수는 20세기 격변기에 청소년기를 중국에서 보내며 중일전쟁, 제2차 세계대전, 국공내전을 겪었다. 해방 후 돌아온 조국에선 6·25전쟁의 참화를 목격했다. 한국과 동아시아의 혼돈기를 직접 경험한 그는 엄격한 사실과 구체적인 증거에 입각해 서재필 이승만 김구 김규식 여운형 박정희 등 한국 근현대사 핵심 정치 지도자들의 자취를 추적하고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 현대 정치사와 정치 인물 연구의 주춧돌을 놨다. 그는 “혼돈이 정리되면 시스템이 움직이지만 세상이 어지러울 때는 지도자들의 역할이 각별히 크다”며 “해방 후 혼란기에 지도자들의 한마디, 행동 하나가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인촌 김성수 선생의 이름으로 주는 상이어서 영광입니다. 한국의 근대화와 독립운동 등 여러 면에서 인촌의 숨은 공로가 많습니다만 특히 중앙학교와 보성전문학교를 세워 한국 근대화에 큰 공헌을 했습니다.”

한국 근현대 정치 인물 연구의 대가인 그는 “훌륭한 스승 없이는 인재도, 나라의 미래도 없다”며 “인촌이 일본 유학에서 돌아와 학교부터 세운 건 아주 대단한 일이었다”고 인촌상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 교수는 “중국 만주에서 15세에 부친을 잃고 소년 가장이 돼 하루 12시간씩 공장에서 일했고 평양에서는 19세까지 쌀장사를 했다”며 “내 삶이 여기까지 온 것은 기적”이라고 말했다. 동아시아 연구의 석학인 로버트 스칼라피노 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교수와의 인연을 거론하며 “훌륭한 스승을 만나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UC버클리에서 스칼라피노 교수의 연구 조교로 들어가 12년간 ‘한국 공산주의 운동사’를 함께 저술했다.

이 교수는 “독립운동, 해방 후 남북 관계 등 한국 현대사는 조금 깊이 들어가면 자료가 많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후학들에게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없는 자료를 갖고 무슨 이론, 추론을 앞세우면 사실 수집이나 해석이 왜곡되기 십상”이라며 “역사의 진실을 추적하는 탐정처럼 사실을 규명하는 걸 우선하고 다음에 해설을 하는 것이 학문하는 자세”라고 말했다.
수상자의 공적, 학력 및 경력을 나타내는 표
공적 6·25전쟁 중인 1951년 부산에서 미군의 중국어 통역으로 일하며 신흥대(경희대의 전신)를 다니다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한국과 동아시아 근현대 정치사 연구에 매진했다. 동아시아 연구의 석학인 로버트 스칼라피노 교수와 함께 일제강점기 민족해방운동과 북한 체제를 분석한 ‘한국 공산주의 운동사’로 아시아계 학자 최초로 미 정치학회가 그해 최고 저작물에 주는 ‘우드로 윌슨’상을 탔다.

32회(2018년)

  • 김종기 교육 김종기 푸른나무 청예단 설립자
  • 한태숙 언론문화 한태숙 연극연출가
  • 이정식 인문사회 이정식 펜실베이니아대 명예교수
  • 황철성 과학기술 황철성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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