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2회

2018 인촌상 수상자

김종기
교육 김종기 푸른나무 청예단 설립자 “상 받으려고 일한 건 아닌데….”

김종기 ‘푸른나무 청예단(청소년폭력예방재단)’ 설립자 겸 명예이사장(71)은 수상 소감을 말하다 잠시 말을 멈췄다. 세상을 먼저 떠난 외아들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회사에서 촉망받던 직장인이었다. 해외 출장 중이던 1995년 6월 어느 날, 고등학교 1학년이던 아들 대현 군이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비보를 접했다. 학교는 쉬쉬했고, 가해 학생 부모들은 제 자식을 챙기는 데 급급했다. “세상도, 신도 원망스러워 한국을 떠나려고 했습니다. 왜 살아야 하는지 회의감과 자괴감이 밀려왔습니다.”

절망에서 그를 일으켜 세운 건 아들에 대한 죄책감이었다. “아들을 지키지 못한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먼저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사회에 알리기 위해 언론 인터뷰를 자청했다. 더 나아가 학교폭력으로 자녀를 잃는 부모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체계적인 학교폭력 예방 활동을 구상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자비로 서울 마포구에 조그만 오피스텔을 빌렸다. 청예단의 시작이었다.

그는 “맨땅에 헤딩하는 것보다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빠듯한 운영비로 매달 직원 월급을 걱정해야 했다. 무엇보다 정부의 냉대와 무관심이 그를 힘들게 했다. 교육부 공무원들은 그가 찾아가면 피하기에 급급했다. “학교폭력이라는 것 자체를 인정하지 않을 때였습니다.”

이때 버팀목이 되어준 게 시민들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후원금이 모였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정을 위한 서명 운동에 시민 47만 명이 동참했다. 그 결실로 2004년 법이 제정됐다. “모든 게 선한 시민들 덕분이었습니다. 정부와 기업이 하지 못한 걸 시민사회의 힘으로 이룬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원이 5명이던 청예단은 지금 전국 14개 지부에서 직원 약 330명이 일하고 있다. 연간 학교폭력 관련 상담 건수가 6만 건이 넘는다. 아들의 이름을 딴 ‘대현장학회’를 만들어 학교폭력 피해자나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장학금도 주고 있다.

그는 4년 전 명예 이사장으로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쉬지 않고 학교폭력 예방 강연과 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우리 사회의 극심한 갈등이 학교에서 나타나는 게 학교폭력이며, 이걸 줄이는 게 우리 기성세대의 책임”이라면서 “청예단이 설립정신 그대로 100년 이상 가는 게 제 꿈”이라며 입가에 시원한 팔자주름을 지으며 웃었다. 청예단 사무실에 걸린 사진 속 아들 대현 군과 꼭 닮은 웃음이었다.
수상자의 공적, 학력 및 경력을 나타내는 표
공적 삼성전자와 신원그룹에서 20년간 근무했다. 1995년 학교폭력으로 외아들을 잃고 난 뒤 직장을 그만두고 학교폭력 예방 활동에 뛰어들었다. 자비로 ‘푸른나무 청예단(청소년폭력예방재단)’을 설립하고, 국내 최초로 학교폭력 문제를 공론화했다. 특히 학교폭력을 일부 ‘문제아’의 일탈 행동으로 치부하던 정부의 인식을 바꾸는 데 앞장섰다. 청예단은 연간 6만여 건의 학교폭력 상담과 학교폭력 피해 학생을 위한 장학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유엔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 지위를 인증 받아 유엔 이사회 등 공식 모임에 참가하고 있다.

32회(2018년)

  • 김종기 교육 김종기 푸른나무 청예단 설립자
  • 한태숙 언론문화 한태숙 연극연출가
  • 이정식 인문사회 이정식 펜실베이니아대 명예교수
  • 황철성 과학기술 황철성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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