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회

2004 인촌상 수상자

 김충렬
인문사회문학 김충렬 전 고려대 명예교수 “뜻밖의 상을 받고 보니 ‘내가 세상을 등지고 살아왔을 뿐 세상은 나를 등지지 않았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20년은 더 공부해야 할 사람입니다. 너무 큰 상을 주시는 바람에 힘겹게 가는 길에 ‘빚짐’을 더 지게 된 것 같습니다.”

인문사회문학부문 수상자인 김충렬(金忠烈·73·사진) 고려대 명예교수는 국내 동양철학의 최고권위자로 꼽힌다. 1996년 고려대 교수직을 정년퇴직한 뒤 고향인 강원 원주시 문막읍에 칩거하면서 저술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중학생 때 오대산 상원사로 출가했다가 방한암 선사에게서 “넌 중 될 놈이 아니다”라는 말을 듣고 하산했던 그는 대기만성(大器晩成)형의 학자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6·25전쟁 참전을 비롯해 7년여의 군복무를 마친 뒤에야 비로소 대학 공부를 시작했다.

“불혹 때 첫 책 ‘시공여인생(時空與人生)’을 냈는데 스승인 국립대만대 팡둥메이(方東美) 교수께서 ‘너무 이르다. 예순은 넘겨서 쓰라’고 꾸짖으셨습니다. 이후 교직에 있는 동안은 공부와 강의에만 전념했습니다.”

그가 키워낸 제자 중 국내외 교수만 50여명에 이른다. 스승의 말씀을 좇아 예순을 넘겨서 저술활동에 들어간 그는 정년퇴직 후 ‘중국철학사1’ ‘노자 강의’ 등을 줄기차게 펴내고 있다. 중국철학사는 일곱 권으로 예정돼 있고, 내년에는 ‘장자 강의’를 출간할 예정이다.

“평생 공부만 했지만 고관대작이나 재벌이 된다 해도 맛볼 수 없는 희열을 얻었습니다. 지금 당장 죽는다 해도 미련이 없습니다. 다만 세상이 갈수록 돈과 권력을 중시하는데 학문을 통해 ‘유아독존’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수상자의 공적, 학력 및 경력을 나타내는 표
공적 일찍이 한학에 눈을 떠 노장(老莊)사상에 심취했다. 만학으로 유학을 떠나 중국철학의 대가인 국립대만대 팡둥메이 교수의 수제자가 됐다. 한국의 중국유학 및 노장철학을 중국 본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을 듣는다. 중국철학사의 맥을 서술한 ‘중국철학산고’(1, 2권)는 학계에 큰 영향을 미친 대표작으로 꼽힌다. 2004년에는 ‘김충렬 교수의 노자강의’를 출간했다.
학력 및 경력 1931년 3월 20일생

1960년 국립대만대 철학과 졸업
1973년 중화민국 국가학위 철학박사
1965년 경북대학교 조교수
1967년 계명대학교 부교수
1968년 중화학술원 회원
1970년 고려대학교 교수
1985년 대만대 교수
1988년 동양철학회 회장
1994년 고려대학교 대학원장
2001년 연세대학교 석좌교수
2006년 학술원 회원
2008년 별세(3월 4일)

18회(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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