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회

1998 인촌상 수상자

김춘수
문학 김춘수 시인 김춘수선생은 한국 현대시에 "무의미시"라는 새로운 시적 모델을 제시했다. 무의미시는 자연에 대한 감흥이나 정신의지를 비유적 이미지를 통해 노래한 시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실험이다. 선생 자신의 말을 빌면 "의미로 응고되기 이전의 세계"로서의 시를 구현한 것이다.

48년 시집 "구름과 장미"로 데뷔한 선생은 50년대까지 존재론적이며 서정적인 시를 썼다.선생의 작품중 가장 널리 애송되는 "꽃"은 당시의 대표작.실존주의 철학자 하이데거의 "존재 이전에는 언어도 없다"는 명제를 시로써 충실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그러나 60년대 중반부터 선생의 시세계는 급격히 변모한다. "시와 철학이 다른 점은 무엇인가.시는 철학으로 환원되기 이전의 상태로 사물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라는 것이 이 시기 선생의 화두였다.
시 속에서 기존의 관념을 배제한다는 뜻으로 스스로 '무의미시'라고 이름붙인 이 새로운 실험은 25년에 걸쳐 완성된 연작시 '처용단장'으로 결실을 맺었다.

선생의 무의미시는 인간의 내면의식을 회화적으로 묘사했다는 평가를 얻는다. 초현실주의 화가가 그림으로 인간의 혼돈된 무의식세계를 그리듯 선생은 언어로 무의식세계를 서술했다. 통일성 없이 해체된 이 언어적 그림들은 위로는 이상의 아방가르드적인 경향과 잇닿아 있으며 포스트모더니즘적인 징후를 선구적으로 보인 것이기도 하다. 선생의 시는 특히 후배시인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으며 많은 모작을 낳았다.

'처용단장'의 완성으로 언어해체라는 극단까지 몰아붙였던 '무의미시'실험을 끝낸 선생은 최근 들어 "마음가는대로, 느끼는대로" 사물의 모습을 노래하는 연작시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시는 완성된 작품이 아니라 그것을 추구하는 과정 속에 있다"고 말하는 선생은 끝없는 자기부정을 통해 '시란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모범을 보여줬다.

'구름과 장미''꽃의 소묘' '늪' '들림, 도스토예프스키'등 14권의 시집과 독특한 시적 혜안이 번득이는 시론집 '시의 위상', 자전소설 '꽃과 여우'등을 펴냈다.
수상자의 공적, 학력 및 경력을 나타내는 표
학력 및 경력 1922년 11월 25일생

1943년 일본대 예술학원 창작과 3년 수료
1982년 경북대 명예문학박사
1946년 통영중학교 교사
1960년 경북대학교 조교수
1978년 영남대학교 교수
1981년 제11대 국회의원
1981년 예술원 회원
1986년 한국시인협회 회장
2004년 별세(11월29일)

12회(199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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