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0회

2016 인촌상 수상자

백완기
인문사회 공적보기|수상소감보기 백완기 고려대 명예교수 “한국 사람들은 굶주리는데 미국 사람들은 왜 이렇게 잘살지?”

1968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한 청년의 머릿속에는 이런 질문이 떠나질 않았다. 오랜 관찰과 고민 끝에 찾아낸 답은 풍부한 자원이나 최첨단 과학기술이 아니었다. 삶의 양식, 즉 ‘문화’의 차이였다. 그는 문화론적 측면에서 한국 사회를 분석하기로 마음먹었다.

국내 대표 행정학자인 백완기 고려대 행정학과 명예교수(80)가 본격적으로 연구에 뛰어든 계기다. 백 교수가 펴낸 ‘한국의 행정문화’는 행정학을 공부하는 이들의 필독서로 꼽힌다. 운명주의 가족주의 형식주의 등 한국 특유의 문화가 관료들의 행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 책이다. 입고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 하버드대 도서관에도 있다. 백 교수는 한국 사회의 특성을 반영한 문제의식에서 여러 연구를 진행했다. ‘민주주의 문화론’이란 책에서는 한국에서 민주주의 정착이 어려운 이유를 “자유와 권력 질서 등의 핵심가치가 본래의 모습대로 자리를 못 잡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직업윤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회의원과 환경미화원 공무원 등이 각자의 분야에서 맡은 바 책임을 다한다면 그것이 곧 발전 동력이 된다는 게 백 교수의 설명이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사법 정치 행정 엘리트 관료의 신뢰 추락에 “본래의 직업 가치를 잃고 사심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2012년 ‘인촌 김성수의 삶―인간 자본의 표상’을 쓰기도 한 그는 “인촌은 공선사후(公先私後)를 실천한 대표적 인간”이라며 “단순한 업적이나 드러난 결과가 아니라 그의 삶 자체를 조명하고 싶었다”고 집필 이유를 설명했다.

현직 교수에서 물러난 지 10년이 더 지났지만 학문에 대한 열정은 누구보다 높다. 팔순의 원로 학자이지만 침대 곁에 여전히 수십 권의 책과 영어 논문을 두고 수시로 읽는다. 지난해 말에는 프랑스 정치철학자 알렉시스 드 토크빌을 연구해 학술지 ‘행정논총’에 논문을 발표할 정도로 식지 않는 학구열을 보여 주고 있다. “이제 좀 쉬라”며 만류하는 지인들에게 백 교수는 “아직 할 일이 많다”며 손사래를 친다. 그는 올해 말부터 ‘민주주의 문화론’과 ‘성경과 민주주의’ 등 자신이 펴낸 책의 영어 번역본을 준비할 예정이다.
수상자의 공적, 학력 및 경력을 나타내는 표
공적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뒤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75년 국민대에서 교편을 잡았다. 1978년 고려대 법대 행정학과 교수로 자리를 옮겨 2002년 정경대 행정학과 교수로 정년퇴임하기까지 교육과 학술 연구에 전념하며 공공부문의 인재와 후배를 육성하는 데 헌신적으로 노력했다. 한국행정학회장과 한국사회과학협의회장을 지내며 한국 행정 연구의 과학화와 사회과학 분야의 협동 연구를 이끌었다. 감사원 국민청구위원회 위원장, 행정개혁시민연합 공동대표를 지내는 등 시민의 권리 증진에도 기여했다. ‘한국의 행정문화’ 등 12권의 책을 펴냈다. 은퇴 후에 저술한 ‘인촌 김성수의 삶―인간 자본의 표상’은 수년에 걸친 집필과 퇴고로 완성한 역저로 평가받는다.

30회(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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