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촌기념강좌

제23회 핵보유 북한과 한반도 평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86)은 23일 “고립된 생활에 익숙한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와 금수조치의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며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완화시키고 파괴적 인 전쟁을 피해야 한다. 지금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외교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날 인촌기념회와 고려대, 동아일보가 고려대 인촌기념관 대강당에서 공동으로 주최한 제23회 인촌기념강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또 사 견임을 전제로 “현재의 6자회담 틀이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겠지만 이와 별도로 북-미 직접 대화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이 이런 대화에 한국 정부의 옵서버 참여를 요청한다면 북한도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간접적인 형태의 3자회담을 제안한 셈이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날 고려대 명예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핵 보 유 북한과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북핵문제 해결방안

카터 전 대통령은 1994년 방북 때 김일성 주석이 원했던 것은 미국의 불가침 약속이었다며 “강대국의 공 격에 대한 위기감을 가진 북한이 원 하는 것은 미국과의 직접 대화”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한국에 어떠한 위협도 가하지 않는다는 전제 조건이라면 북한에 선제공격을 하지 않고 북한과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겠 다는 약속이나 조약 체결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특히 “이런 모든 조치들이 북한의 비핵화에 필요하다 면 (미국이 약속하는 것도) 가능할 것” 이라며 “이런 거시적인 구상은 과거에 도 합의했던 것인데, 왜 지금은 시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6자회담도 좋지만 북한이 원하는 것은 주변국이 아닌 미국과의 대화”라며 “북한은 모 든 이슈에 대한 실질적인 협상을 (미 국과) 하기를 원하는 만큼 제한 없는 직접 대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및 북한과의 인연

카터 전 대통령의 북핵문제 해결 구상은 과거 북한을 방문해 김 주석 과 만나 대화를 나눔으로써 1차 핵 위기 해결에 기여한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는 “김 주석의 특사들 이 직접 나의 방북을 요청했다”며 “당시 북한이 서울을 공격했다면 100만 명 이상의 서울 시민이 사망할 수 있다고 판단해 방북 제의에 응했 다”고 말했다.

그는 김 주석과의 회동을 이렇게 회 고했다. “김 주석은 미국이 북한에 현 대적인 경수로를 지원하고 북한에 대 한 군사적 공격을 하지 말아 달라고 요 청했다. 김 주석은 김영삼 대통령의 정 상회담 제의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며 남북정상회담이 즉각적으로 이뤄 져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불행하 게도 내가 방문한 뒤 얼마 되지 않아 김 주석이 사망했지만 그의 아들(김정 일 국방위원장)로부터 약속 이행 서신 을 받았고 그 후에 김 위원장과 빌 클 린턴 대통령이 핵 동결에 합의했다.”

국제정세에서 핵문제의 중요성

카터 전 대통령은 현재 국제사회가 직면한 현실적인 핵 위협으로 △이란 의 잠재적인 핵개발 △파키스탄 핵무 기의 유출 △북한의 핵 위협 등 3가 지를 거론했다. 그는 “현재 핵개발 역량을 가진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40여 개 국가”라며 “그럼에도 불구 하고 아직은 핵을 보유한 나라가 9개 (북한을 포함)라는 점이 고무적일 따 름”이라고 말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가장 우려할 만 한 핵 위협으로 핵무기를 100여 기 이상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파키스 탄의 핵 확산 가능성을 지목했다. 그 는 “파키스탄은 인도의 선제 핵 공격 에 대비해 핵무기를 분산시켜 놓고 있다”며 “최근 알 카에다가 아프가니 스탄에서 파키스탄으로 거점을 옮기 고 있기 때문에 파키스탄이 보유한 다량의 핵무기가 알 카에다 손에 넘 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 필요”

한편 카터 전 대통령은 강연을 마 친 뒤 청중과의 질의응답에서 북한 주민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드러냈 다. 그는 ‘북한 핵실험 이후 줄어든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에 대해 어떻 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국제사회 가 북한에 대한 제재와 금수조치에만 매달리지 말고 인도적 지원을 확대해 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북한 정권에 대한 국제사회 의 징벌 조치가 정권보다는 주민들에 게 고통을 주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최대한 많은 식량과 의약품을 북한 주민들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 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또 ‘북한 정권 후 계구도와 한반도 정세의 연관성’을 묻는 질문에 “북한의 후계세습이 이 뤄지더라도 한반도의 정세가 크게 변 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젊은 아들(김정은)이 김 위원장과 다른 정책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북한의 권 력은 군부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 했다. 군부가 권력을 갖고 있는 한 북 한이 유연성을 발휘할 만한 여지가 그리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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