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촌기념강좌

제20회 글로벌 인재의 확보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세계 최고를 앞질러라.” 리콴유(李光耀·83) 전 싱가포르 총리(현 고문장관·Minister Mentor)는 19일 고려대 인촌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20회 인촌기념 강좌에서 “한국의 주요 기업들이 미국 유럽의 대기업을 추월하며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며 이렇게 조언했다. 그는 삼성 LG 현대 등 한국 기업의 브랜드 순위까지 정확하게 거명하며 “같은 아시아 국가로서 한국의 급속한 성장이 놀라울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 급성장 놀랍지만 ‘합의문화’ 부족해 걱정”

리 전 총리가 한국의 경제 발전을 보며 우려하는 점은 ‘합의의 문화’가 부족하다는 것. 그는 “TV를 통해 과격한 시위를 벌이는 노조와 마치 영화 ‘스타워즈’의 등장인물처럼 시꺼먼 강철 마스크를 쓰고 시위대와 대치하는 전경의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면서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불필요하게 소비되는 국가적 에너지가 얼마나 큰지 생각해 보라”고 반문했다.

이날 고려대에서 명예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연단에 오른 리 전 총리는 시종일관 중국과 인도의 저력을 강조하며 “한국은 ‘갈등의 에너지’를 생산적으로 전환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중국이 일본을 앞지르고 아시아 최대 경제 강국으로 떠오를 날이 머지않았다”면서 “비록 첨단기술에서는 아직 중국이 일본에 뒤지지만 21세기 중반쯤 되면 일본보다 5배 큰 경제 규모를 갖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도는 컴퓨터 소프트웨어처럼 창의력이 중요한 부분에서 중국보다 강점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막강한 노동경쟁력을 가진 중국 인도와의 대결에서 이기기 위해 싱가포르는 교육과 생명공학, 의료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전략을 택했고 한국은 첨단기술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중국도 이런 분야에서 빠르게 따라오고 있기 때문에 중국과의 경쟁이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리 전 총리는 이날 강당을 가득 메운 학생 및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사전 원고도 없이 연설을 해 나갔다.

그는 “나라 안이 아니라 밖을 보라”면서 “세계를 상대로 싸우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언어능력”이라고 강조했다.

리 전 총리는 “중국과 인도가 무서운 것은 바로 영어 구사 능력 때문”이라며 “외국에 파견된 중국 외교관과 기업인 중에는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싱가포르 건국 초기 영어를 공용어로 선택했을 때 반대도 많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국가경쟁력의 원천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아시아적 가치’를 강조해 온 지도자답게 “획일화된 성장 모델은 있을 수 없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국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이 권위주의 체제하에서 자유를 희생하고 성장을 이뤘다는 일부 시각에 동의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일부 아시아 국가가 빠른 시간 내에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리더십’ ‘정권 안정’ ‘정책의 일관성’이라는 3박자가 맞았기 때문”이라며 “한국 싱가포르는 성장을 이뤄 낸 반면 파키스탄 필리핀 경제는 제자리걸음인 것만 보더라도 이 3가지 조건이 국가발전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이 치열한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한국 싱가포르 같은 국가들은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개방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싱가포르는 미국과 긴밀한 안보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중국과 경제적으로 점점 가까워지고 있으며, 대만과도 군사적으로 밀착돼 있다”면서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외교정책을 세우고, 투명하게 정책을 실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리 전 총리는 그와 장남 리셴룽(李顯龍) 총리가 이끄는 국민행동당(PAP)의 장기 집권이 싱가포르의 창의성을 저해한다는 지적에 대해 웃으면서 “나도 그런 비판을 알고 있다”고 대답한 뒤 “만약 그랬다면 싱가포르가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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