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촌기념강좌

제11회 평화를 위한 투쟁

시몬 페레스 전 이스라엘 총리 한승주 교수님, 총장님, 여러 대사님들, 학생들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한국을 방문하기는 처음인데,이번에 와서 보니 실로 대단합니다. 한국은 정말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 왔습니다. 그것은 식민통치, 빈곤, 분단 민주주의의 부재 등이었습니다. 한국은 이스라엘과 같은 해인 1948년에 독립하여, 그 후 17년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빈곤의 상태에서 벗어나 일인당 국민소득은 과거 800달러에서 11,000달러에 이르렀습니다. 한국은 자유선거를 치르게 되었고, 문민정부를 세웠습니다.

제 생각에는 오래지 않아, 아마 5년이나 10년 후면, 한국이 통일을 이루어 다시 하나의 독립국가로서의 모습을 갖출 것입니다.

한국의 영토는 넓은 편이 못됩니다. 따라서 한국의 발전은 한국인들이 이룩한 것입니다. 이것은 여러분 자신들이 쏟아 부은 노력의 결과이며, 저는 이 점을 대단하게 보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에 대해서가 아니라 세계와 이스라엘에 대해 강연하려 합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군요. 세계는 지금 지구촌의 개념을 넘어, 이제는 우리 모두가 밤낮으로 그리고 여러 형태로, 건너는 다리의 개념을 가진 지구교입니다.

동아시아의 성장과 공산주의의 붕괴는 지난 10년, 혹은 20년 동안 세계사에 있어 가장 극적이었던 사건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세계가 이념에 따라 공산주의와 민주주의 또는 동과 서로 양분화되어 있지 않으며, 경제구조 또한 북과 남으로 더 이상 분단되어 있지 않습니다. 지금까지는 일반적으로 북반구에는 주로 백인들로 구성된 부유한 나라들이 자리잡고 있는 반면 남반구에는 가난하고 퇴보적인 유색인종들의 국가가 자리하고 있다고 해왔었죠.

러시아는 이제 더 이상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며, 나름대로 새로운 방향과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세계는 예전처럼 좌익과 우익으로 나뉘어 있지 않습니다. 한국,싱가폴,태국,인도네시아,일본은 물론 중국, 인도 동을 비롯한 아시아의 성장은 곧 사는 곳이 북이든 남이든 피부색이 어떻든 간에 상관없이 올바른 경제를 택한다면 상관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와 같이 교육에 충분한 투자를 한다면 인종과 지역을 막론하고 부유하고 진보된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공산주의의 붕괴는 예견된 것이 아니어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제게는 개인적인 서고가 있는데, 공상주의 관련 책자가 꽤 많았습니다. 모두 정치에 관련한 한 위대한 작품으로 간주되었던 책들이었습니다. 훗날 저는 서고를 재정리하면서 공산주의에 관한 서적들을 모두 버렸습니다. 그들 일명 위대한 작가들은 막상 러시아에 무슨 일이 생길지 전혀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저는 그들이 당시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었다고 생각합니다. 즉 그들은 머리가 너무 복잡하여 시대의 현실을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보고 있죠.

그렇다면 공산주의는 왜 몰락 했을까요? 외부로부터의 군사 침공은 없었습니다. 공산주의는 국제적인 압력에 의해 몰락하지도 않았습니다. 또한 새로운 혁명이 일어난 것도 아니었습니다. 공산주의의 몰락은, 고르바초프의 회고록을 빌어 말하자면, 공산주의자들 자신들이 초래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즉 저는 러시아의 젊은 세대를 비롯한 국민들의 마음 속에 왜 다른 나라에는 자유와 풍요가 있고 우리에게는 없는가의 질문이 싹텄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결구 독재 체제들에 있어 철의 장막이 텔레비전이라는 은빛의 장막에 의해 가려진 것이지요.

고르바초프에 대한 칭찬을 좀 하자면, 그는 소련의 역대 지도자들 중 최초로 공산주의의 모자람과 부적절성을 이전 지도자들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체제의 결함으로 인정한 지도자였습니다. 그는 말하기를 우리는 이미 죽은 사람들을 비난할 수 없다, 우리는 현존하는 체제를 바꾸어야만 한다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고르바초프가 비난했던 체제는 무엇이 잘못되어 있었을까요? 대답은 기본적으로 우리들이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본질적인 변화가 일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20세기에서 21세기로의 전환을 단순한 연대기적인 발전이 아닌 세계사와 인간의 발전에 있어서의 엄청난 전환기라고 생각합니다.

그 변화는 바로 풍요와 세력의 원천이 근본적으로 더 이상 물질적이 아닌 지적인 곳에 머물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오늘날의 나라들은 강대국과 약소국,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로 분류하는 기준은 영토의 크기도 아니요, 자원의 풍요도, 인구의 많고 적음도 아닌, 바로 과학과 기술의 적용, 교육 및 연구와 개발에의 투자, 첨단 정보의 적용 등에 있다는 것이죠. 결국 따지고 보면 가장 기본적인 것이 국민들의 교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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