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촌기념강좌

제7회 탈냉전기의 세계와 한반도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존스홉킨스대 교수
<핵사찰> 북에 득실따질 기회 줘야
아시아와 미국은 모두 새로운 시대에 들어갔다. 한국의 경우 문민정부가 출범했고 김영삼 대통령의 방미를 통해 여러 문제를 다룰 것이다. 또 18일부터는 시애틀에서 1회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이 열려 아시아의 긴밀한 협조를 다지게 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한국이 국제 무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뤄져 더욱 중요하다.

한국은 지정학적 중요성 외에도 여러면에서 모델로 꼽힌다. 여러 연구결과 한국은 21세기 초에는 가장 경재력이 강한 국가중의 하나가 될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부정적인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경제성장은 상대적으로 둔화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를 보더라도 한국을 떠나려는 외국 기업이 많아졌다. 주변국가들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향상돼서 외국 투자가들에게 매력적인 유인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은 아직 2차대전 이후 최후의 분단국이다. 이는 불공평한 현실이지만 감수할 수 밖에 없다. APEC회의에서도 한국의 이런 현실을 감안한 논의가 있을 것이다.

현재의 불확실시대

앞으로 세계정치의 새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이는 세계가 이미 국제정치에 따라 분리되는 세계가 아닌, 하나의 지구촌이라는 유기체가 된다는 의미다. 지난 50년간을 우리는 <냉전>이라는 단어로 함축해 왔다. 냉전은 한쪽의 승리로 종식됐다. 철학적으로 보자면 공산주의가 원했던 인간관은 비합리적이고 비현실적이었다. 공산주의는 본질적으로 인간의 창조성을 야기하는 것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된 이데올로기였다.

중국은 바로 이러한 본질적인 개혁을 단행해야만 했기 때문에 개인의 창조성을 제고하기 위한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냉전이 종식된 이 시점에서 새로 직면하는 현실은 무엇인가. 이것은 영어로는 세 단어 신 세계질서로 표현된다.

부시 대통령이 처음 인용한 이 말은 냉전과는 반대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신세계 질서는 우리의 새로운 현실에 대한 적합한 표현이 되지 못한다. 양극 시대에서 벗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많은 혼란이 있다. 이 시대는 불화실성의 시대다. 사회적 철학적 정치적으로 우리가 받아들였던 일상의 규범들에 대한 혼란이 산재한다. 그런 가운데 세계의 권력 구조 중심점은 옮겨질 것이다. 이러한 이동은 역사적으로 유럽에서 미국으로, 현재는 다시 미국에서 아시아로 옮겨지고 있다. 아시아는 유럽과 미국처럼 아프ㅇ로 세계경제 중심지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중심지가 될 것이다.

중국은 20년 이내에 제2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 2020년 정도가 되면 일본을 앞서기까지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치적 권력이 아시아로 오게 될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정치적 장벽 높아져

세계적인 경제블록이 형성돼가고 있다. 그러나 조심해야 할 것은 경제블록은 진정으로 통합된 지역블록이 아니라는 점이다. 경제적인 통합은 새로운 단위국가의 정책을 단일화 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공동의 지역통합은 아직도 갈길이 멀다. 경제적 판단이 정치적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없다. 경제적 국제화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국제화는 오히려 둔화되는 현실은 볼 수 있다. 경제적 통합과 정치적 통합사이에는 괴리가 있다.

유럽지역 통합이나 러시아의 민주주의는 불확실하다. 특히 민감하게 봐야 할 것중의 하나는 중국의 특별한 역할이다. 중국의 경제적 성공은 인구10억이 넘는 나라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이러한 경제적 성공은 물리적인 군사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중국은 미국을 유일 강대국으로 인식 한다해도 노쇠한 강대국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역할이 무한정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은 유럽과 아시아에서 권력 확보를 위해서 미국 일본 독일간의 경쟁이 강화된다는 점에 착안, 전략적 적대주의로 나갈 수 있다.

한반도의 경우 통일문제와 핵 확산 문제가 중요 과제다. 분단을 해소하는 방법을 검토해보자. 우선 독일식 통일모델과 한국현실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북한은 구 동독보다 경제 정치적으로 자립 돼 있어 외부변화에 덜 민감하다. 반면 남한은 경제적으로 구 서독보다 풍부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경제적 우위를 통한 통일의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또한 독일식의 신속한 통일이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만일 북한에서 급속한 붕괴가 일어난다 해도 남한이 통일 관리 능력을 갖추었는가도 의문이다. 두 번째로 북한의 극단 조치 가능성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미국간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다음으로 평화적 통일이다. 이 방식만이 여러분들이 고려하고 있으며 가장 바람직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정교한 계획을 세우고 진행시켜야 한다. 사회 간접자본에 대한 엄청난 투자도 있어야 하고 미국 등 주변국가의 도움도 얻어야 한다. 통일은 서로간의 관계정상화로 시작돼야 한다. 그러나 북한의 핵 문제가 걸림돌이다. 이는 전세계의 안전에도 위험요소이기 때문에 긴급히 다뤄야 할 문제이다. 상정할 수 있는 몇 가지 해결 방안이 있다.

먼저 군사 공격이다. 그러나 100% 완전성공 할 가능성이 낮고 정보수집이 제한돼 있다. 또 한국 일본 중국 등 관련당사국의 동의를 얻어야 하나 현재로서는 대부분이 우려를 표명하고 있어 현실성이 없다. 군사조치가 아니라면 제재조치가 있다. 그러나 이것 또한 실제 제재효과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르고 역시 주변국의 동의를 요한다. 만일 제재가 실시된다면 선별적인 것이 되어야 하며 북한을 지나치게 궁지로 몰아서는 안될 것이다. 제재에 앞서 사전 억제 방안도 고려할 가치가 있다. 한미간의 협조가 긴밀할수록 억제력은 강화된다.

무엇보다 북한을 압력이나 설득을 통해 긍적적인 방향으로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조치나 외교 관계 개선 등이 포함된다. 북한이 득실을 따져볼 기회를 주어야 한다. 여기에는 여러 나라의 이해가 엇갈리는데 중국의 역할은 향후 중국의 세계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라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다.

다음은 일본을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의 문제다 현재 일본 지도층은 경제대국 외에 정치 대국으로서도 책임질 의사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일본 내에서 논의되는 일본 역할에 대한 시나리오는 4가지로 요약한다.

군사정치적 망 필요

첫째 경제적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원조 등을 통해 경제대국으로서의 역할을 계속해 나가되 정치대국이 되는 것은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다음은 막강한 경제력을 토대로 <세계의 선한국가>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견해다. 우방 유엔 안모리 등과 협조, 평화유지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일본이 태평양에서 각국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태평양에서의 활동을 중점을 두자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치적으로도 미국에 못지 않는 위상을 확립하자는 주장이다. 이 같은 견해 뒤에는 지난 45년간 미국이 고의로 일본 역할을 막았다는 시각이 깔려있다.

미국은 이 가운데 첫째와 두 번째 시나리오로 나아갈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일본의 역할은 중국과 한반도의 변화에 따라 정해질 것이다. 아시아가 역동적인 경제력을 갖고 있다 해서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이 지역에서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정치는 계속될 것이며 이에 따라 향후 20~30년 후를 결정짓게 될 것이다. 요컨대 앞으로 어떤 중국이 될것이며 한반도는 어떤 변화를 겪을 것인지, 일본은 세계 정치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아태질서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정치적 관심이 집중될 것이다. 이 지역 안보를 구축할 포럼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와 관련, 이 시점에서 아시아 태평양 경제 협력체(APEC)회의가 열리는 것은 의미가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경제적 의제외에 정치나 안보 의제도 다루어 질 것이다. 이 지역에서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군사적 정치적 망을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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