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촌기념강좌

제3회 고르바초프 혁명과 국제체제

티에르 드몽브리알 폴리테크닉대 박사 제3회 강좌는1989년11월18일 고려대학교에서 열렸다. 프랑스 국제관계 연구소 소장이며 <에콜 폴리테니크)경제학과 주임교수인 몽브리알 박사는 이날 <고르바초프 혁명과 국제체제>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89년 동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는 개혁은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혁명이라고 전제, 변화는 인간의 합리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고 보다 나은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음은 몽브리알 박사의 강연 요지다.

통독에 대해서는 모든 나라가 관심을 갖고 있지만 특히 가장 관심이 큰 것은 소련이다. 독일이 통일되면 독일내에 강력한 힘이 생겨 유럽심장부에서 또 하나의 강대국으로 등장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소련은 국가통합형태의 통독을 원치않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유럽에서 크게 두가지 변화가 예상된다. 첫째, 민족 통합차원의 독일 재통일운동이 활기를 띠게 돼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양독의 교류와 결합이 진전될 것이라는 점이다. 둘째, 정치 군사적 측면에서는 군축회담에서 큰 진전이 이루어져 재래식무기의 대폭감축이 달성되고 유럽비핵화에 대해서도 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간에 합의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

또 소련은 유럽대륙전체가 참여하는 <유러피안 하우스>로 EC를 대체하여 EC의 정치적 일체감을 완화시켜 자신들이 추구해온 유럽에서의 주도권장악을 달성하려 할 것이다. 소련은 현재 유럽대륙에서 자국의 이익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대비해 서방국가들이 EC와 나토를 통한 유대를 강화하지 않는다면 소련과 독일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은 큰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유럽에서 일고 있는 변화의 물결은 동아시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로 보이며 소련의 유럽관과 아시아관이 아주 비슷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고르바초프의 블라디보스토크 선언은 아시아의 재편을 추구하는 것으로 <유러피안 하우스>로 재편된 유럽과 똑같은 기념이다. 즉 소련은 <유러피안 하우스>와 <아시안 하우스>를 통해 두대륙에서 주도권을 장악하려 한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통일은 독일 통일보다 쉬운 점과 복잡한 점을 함께 갖고 있다.

한국이 통일되더라도 인접 국가에 그리 큰 위협이 안되기 때문에 이웃나라가 한반도 통일에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독일보다는 유리한 조건이다. 그러나 분단의 상처가 깊다는 점은 복잡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동서독이 양국TV를 서로 시청하고 활발하게 교류를 추진해온 것과는 달리 남북교류는 완전히 닫혀진 상태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남북통일은 국제사회의 원칙적 합의는 쉽게 이루어질 수 있으나 실제 통일을 이루는 작업은 아주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소련 내부의 변화를 살펴보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페레스트로이카의 성공여부는 △소련이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완전민주화하는 완전성공 △정치적 민주화없이 시장 경제화하는 부분성공 △스탈린주의로 복귀하는 완전실패 등 세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최근 소련에서 흘러나오는 정보를 보면 페레스트로이카를 상당히 실패한 것으로 공언했으나 오히려 생산성이 크게 저하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는 페레스트로이카의 완전성공 부분성공 완전실패 가능성이 확률적으로 똑같다고 볼 수 있다. 고르바초프는 변신의 명수로 그 색깔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없고 그의 개인적 능력에 따라 페레스트로이카의 성공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989년 긍정적인 것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는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는 원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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