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촌기념강좌

제2회 한국의 갈등구조

고병철 일리노이주립대 교수 제2회 인촌기념강좌는 1988년 11월25일 <한국의 갈등구조>라는 주제아래 4명의 재미정치학교수가 참석, 고려대학교에서 열렸다.

이 강좌에서 신시내티대학 정치학과 김한교 교수<전통시기 한국의 내부갈등>에 대해, 이리노이주립대학 정치학과 고병철 교수 <남북한의 갈등구조-그 기원과 해결>을, 아이오아주립대학 정치학과 김종임 교수<입법-행정부간의 갈등과 협동>에 대해, 캘리포니아주립대학(롱비치) 정치학과 이채진 교수<한미간의 갈등관리-전략과 적응>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했다.

이날 강좌에서 김한교 교수는 조선조 엘리트 내부의 갈등은 주로 양반계급 내부의 정치권력 투쟁의 성격을 띠고 있다면서 이같은 갈등은 서로 다른 당파간의 싸움과 서울에서 관직을 갖고 있는 경반과 지방에 거주하는 향반의 대결, 지역 차별주의, 서자에 대한 차별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또 조선조가 갖가지 내외적 도전에도 불구하고 5백년 이상 왕권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양반제도등 조정의 정치제도를 효율적으로 활용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즉 양반제도에서 필연적으로 야기된 당파간의 경쟁이 왕조의 입장에서 체제적 균형을 유지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 당쟁과정에서 조선조 왕들은 수세에 몰리기도 하고 강제적으로 폐위된 것도 있었으나 이씨 왕가나 왕제에 대해서는 중대한 도전이 한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이어 <신유교라는 조선조 정치이데올로기는 정치를 비타협적으로 만든 단점도 있었으나 한편으로는 도덕적 성실성을 내세움으로써 윤리적 행동과 왕에 대한 충성의 미덕을 강조, 왕제를 정당화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양반계급과 관료 선비를 포함한 조선조의 사회정치적 제도는 양반구성원을 상호 규제함으로써 왕조의 안정과 지속을 가능케 하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김교수는 <신유교의 이념은 전적으로 부정적인 것은 아니었으며 조선왕조의 전반적 안정에 크게 기여했다>고 밝혔다.

한편 <남북한 갈등의 구조>에 대해 고병철교수는 40여년간이나 지속되어온 남북한간의 갈등은 지속기간이나 강도면에서 볼 때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같은 갈등의 특수성은 불행하게도 남북한의 정치지도자들에게 정치적 억압을 위한 편리한 구실을 제공해왔다고 밝혔다.

고교수는 미국의 정치학자 찰스 오스굿 교수의 <점진적 긴장완화이론>을 적용, 한국이 북한에 앞서 남북한 갈등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된다고 주장했다.

오스굿 교수의 이론에 따르면 갈등관계에 있는 양측중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갈등을 완화시키는 조치를 위하면 상대편도 그와 유사한 조치들을 함께 취하게 된다는 것이다.

고교수는 <궁극적으로 남북한 관계개선을 위해서는 <한민족 한국가 두정부>의 연방제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김종임교수는 <입법-행정부 간의 갈등과 협동>이란 논문에서 민주주의의 핵심은 다양한 정치단위들, 특히 입법부와 행정부간의 권력이 공정하게 공유되도록 하는데 있다고 전제, 그동안 한국에 있어 입법부와 행정부간의 경쟁역학은 행정부가 국회를 이례적으로 희생시켜 우월성을 유지해 왔다고 주장했다.

<한미간의 갈등관리>에 대해 주제발표를 한 이채진 교수는 한미간의 70년대 80년대 상호호혜적 동반자관계로의 구조적 변화를 꾀하는데 있었다고 전제, 서로 전략적인 면에서 공통분모를 찾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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